AI가 바꾼 반도체 판…메모리 비중 사상 첫 과반 [AI칩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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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4 14:06


 

인공지능(AI)이 30년 넘게 이어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매출 공식을 뒤집고 있다. 전체 시장의 20~30% 수준에 머물던 메모리가 올해 처음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14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1조5000억달러(약 2015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가운데 메모리만 8000억달러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처음 과반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지난 2000년 메모리 비중은 약 24%, 2009년에는 20% 수준이었다. 업황에 따라 등락했지만 지난 30여 년간 통상 20~30% 수준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그동안 메모리는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대비 수익성이 낮은 범용 제품 중심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 이 공식을 깨뜨린 건 AI다. AI 모델이 대형화되면서 연산 성능뿐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에 GPU를 뒷받침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다.

 

AI가 끌어올린 메모리 수요는 HBM에 그치지 않는다. AI 서버의 고성능화로 서버용 D램 탑재량이 늘고, 데이터 저장을 위한 기업용 SSD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HBM과 첨단 D램에 우선 배정하면서 범용 D램 공급은 상대적으로 빠듯해졌다. AI가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공급 구조까지 바꾸면서 메모리 전반의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는 셈이다.

 

투자회사 서스퀘하나는 D램 평균 가격이 올해 3분기 50%, 4분기에는 추가로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도 각각 60%, 2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중심의 한국 반도체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높은 메모리 의존도가 가격 변동과 경기 사이클에 취약한 구조적 약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메모리가 시스템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부상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승 사이클을 과거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주도했던 전통적인 메모리 호황과는 다른 흐름으로 보고 있다. 특정 제품의 교체 수요가 아닌 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메모리 호황이 PC나 스마트폰 판매 증가에 따른 수요 사이클이었다면 지금은 AI 인프라 투자가 HBM부터 범용 D램, 낸드까지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며 "메모리가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 자체가 이전보다 커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설동협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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